반려동물 장례

펫로스를 겪은 가족끼리 심리상담을 함께 받아도 될까?

raenews 2025. 8. 2. 16:59

공동 애도의 심리적 효과와 현실적 한계

가족이라는 울타리, 그런데 왜 더 멀게 느껴질까

반려동물을 함께 키운 가족.
같은 아이를 사랑했고,
같은 날 눈물을 흘렸고,
같은 사진을 보고 가슴이 저렸는데도,
어느 순간부터 서로가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누군가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있고,
누군가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누군가는 이름을 부르며 앨범을 열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이름조차 꺼내지 않는다.

그때 보호자는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 가족이 함께 심리상담을 받아보면 어떨까?”

그 질문은 단순히 마음을 위로받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족 간 감정의 어긋남,
슬픔의 조율,
그리고 관계의 회복을 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 글에서는

  1. 가족 단위 심리상담이 펫로스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2. 실제 가능한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3. 함께 받는 상담의 이점과 제한점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펫로스를 겪은 가족끼리 심리상담을 함께 받아도 될까?

 

가족 단위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펫로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심리상담소나 정신건강센터에서는
가족 상담, 집단 상담, 동반 애도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함께한 보호자들이 공동으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상담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심리상담은 개인적인 일”이라는 인식이 강해
가족이 함께 상담을 받는 건 비교적 드문 일이다.

실제 심리상담센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족 단위의 펫로스 상담 수요는 늘고 있지만,
실제로 함께 오는 사례는 전체의 10% 미만
이라고 한다.

 

왜 ‘함께 상담’이 필요한가?

펫로스를 겪은 후 가장 많이 벌어지는 문제는
슬픔의 깊이 차이로 인한 오해와 단절이다.

✔ 감정의 온도차

  • 누군가는 매일 울고,
  •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살아간다.
    → 남겨진 가족끼리 감정의 온도차가 심화된다.

✔ 상대의 슬픔을 인정하지 못함

  • “엄마는 왜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
  • “딸은 너무 감정적이야. 벌써 6개월이나 지났잖아.”
    →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점점 멀어진다.

✔ 상처를 ‘상대’에게 돌리는 감정

  • “당신이 병원에 일찍 데려갔으면 살았잖아.”
  • “그때 나한테 맡기지 말았어야 했어.”
    → 애도의 감정이 죄책감과 분노로 전이된다.

이처럼 펫로스 이후 가족 내 감정 불균형이 생기면,
그 자체가 심리적인 이차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가족이 함께 심리상담을 받는 것
슬픔을 서로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존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함께하는 상담이 주는 4가지 효과

1. 서로의 슬픔을 ‘존중’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다

심리상담에서는 각자의 감정을 말로 풀어낸다.
그리고 상담사는 그 감정을 대비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존중’의 언어로 통역해준다.

“어머니는 그 아이의 물건을 치우지 못해요.
그건 감정 회피가 아니라, 마지막 연결고리를 잡고 싶은 마음이에요.”
“따님은 눈물로 감정을 표현하세요.
하지만 어머니의 침묵 속에도 똑같은 깊이의 슬픔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통역은 서로의 감정을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그 자체로 인정의 과정이 된다.

2. 죄책감, 책임 떠넘기기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펫로스를 겪은 가족 간에는
의도하지 않은 ‘비난’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 “그때 병원 안 데려간 건 네 잘못이야.”
  • “나는 말렸잖아. 그건 가족 전체의 결정이 아니었어.”

이런 대화는 가족 관계를 더 망가뜨린다.
하지만 상담에서는
“그 말 속에 어떤 감정이 숨겨져 있는가?”에 집중한다.

→ 그 말이 사실은 불안, 후회, 무력감의 표현임을 파악하면
감정을 상호 이해하고 상처를 덜 수 있다.

3. 각자의 애도 방식에 대한 ‘자기 이해’가 생긴다

심리상담은 자기 감정을 ‘객관화’하는 시간이다.
“나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나는 왜 그날 그 아이의 얼굴을 끝까지 못 봤을까?”
“왜 엄마가 물건을 치우는 게 너무 서운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해석은,
타인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고,
나의 슬픔을 돌아보는 출발점
이 된다.

4. 함께 기억하고, 함께 마무리할 기회를 얻는다

상담 중 일부 프로그램은
공동 추모의식을 제안하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그 아이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마련한다.

이런 과정은
애도를 공동으로 마무리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실제 운영 중인 ‘가족 펫로스 상담 프로그램’ 사례

A 심리상담센터 (서울 종로구)

  • 프로그램명: 가족 공동 애도 심리 회복 프로그램
  • 구성: 주 1회, 총 4회 세션 / 1세션 90분
  • 참여자: 가족 2인~5인
  • 주요 활동: 감정 공유 인터뷰, 기억 공유, 감정 역할 바꾸기, 추모 메시지 만들기
  • 상담사: 펫로스 전문 상담사 1인 + 보조 상담사 1인
  • 비용: 회당 7만 원 (비보험)

B 정신건강복지센터 (부산 해운대구)

  • 프로그램명: 반려동물 상실 가족 집단상담
  • 운영 기간: 2025년 3~11월, 격월 1회 진행
  • 구성: 반려동물 사망 후 6개월 이내 가족 대상으로 신청
  • 참가비: 무료
  • 주요 내용: 상호감정 이해, 추모엽서 작성, 침묵 명상 등

 

한계와 주의점

가족 상담이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때로는 다음과 같은 한계도 존재한다.

✔ 감정 표현 방식의 차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나 갈등이 심해질 수도 있다

모두가 상담의 장에서 마음을 열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 보호자에게는
상담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

✔ 참여에 대한 합의가 필수적이다

누군가 한 명이 강요해서 참여하게 되면
오히려 감정적인 벽이 더 두꺼워질 수 있다.

→ 반드시 참여 전 합의와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

✔ 상담 후에도 가족 구성원마다 회복 속도는 다르다

공동 상담은 이해의 계기가 될 수 있으나,
치유의 속도까지 맞춰주는 것은 아니다.
상담 후 감정의 온도차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인지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럼에도 함께하는 상담이 필요한 이유

반려동물은 가족이었다.
그렇기에, 그 존재를 떠나보낸 후
가족끼리의 관계에도 균열이 생긴다.

우리는 모두 상실의 방식이 다르다.
누군가는 물건을 치우고,
누군가는 그 물건을 끌어안고,
누군가는 말을 아끼고,
누군가는 밤마다 울음을 참지 못한다.

그 다양한 표현들을
“이해한다”고 말해줄 수 있는 공간,
그게 바로 공동 상담의 가치다.

 

결론 – 마음은 말로만 전해지지 않는다

사랑했던 만큼
슬픔도 깊다.
그 슬픔이 가족 안에서 말이 되지 못하고,
침묵과 오해로 흘러갈 때,
우리는 서로를 잃게 된다.

가족끼리의 펫로스 심리상담은
감정을 대화로 옮기고,
기억을 함께 정리하며,
애도를 함께 완성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담은 해답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그 도구를 손에 쥐고,
조심스럽게 꺼내 드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슬픔에 고립되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