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반려동물과 함께하면서 다시 떠오른 이전 아이의 기억들
같은 자리, 다른 존재. 그리고 겹쳐지는 기억
새로운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어느 순간 낯익은 장면 앞에서 마음이 멈추는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 사료를 담았던 그릇, 창가에 앉아 졸고 있는 모습,
산책 중 길가에 멈춰 귀를 기울이는 행동 하나하나가
문득 예전 아이의 기억을 불러온다.
나는 분명 새 생명을 맞이했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비교하고,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있다.
마치 두 시간이 한 자리에 겹쳐진 것처럼.
새로운 아이를 바라보다가,
이전 아이의 눈빛을 기억해내고 눈물이 차오르는 순간이 온다.
이것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감정이다.
그렇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 아이와 이 아이는 다른 존재라는 걸 이해하는 연습
비슷한 행동을 볼 때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 아이를 떠올린다.
예전 아이도 이렇게 옆에 와서 앉곤 했지,
산책 나가면 꼭 저 길에서 멈추곤 했지.
이런 감정은 추억일까, 아니면 비교일까?
처음엔 헷갈린다.
이 감정이 지금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내가 자꾸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그러나 중요한 건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거나,
과거를 지워버리는 게 아니라
‘구분’하는 것이다.
예전 아이는 나에게 소중했던 존재고,
지금 아이는 새로운 인연으로 시작된 또 다른 존재라는 걸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회복의 첫 걸음이 된다.
기억은 지워야 하는 게 아니라
자리만 바꿔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의 한 켠에 여전히 예전 아이가 살고 있다는 걸 인정하면
새로운 아이와의 관계에도
더 깊은 존중과 여유가 생긴다.
떠오르는 기억 앞에서 슬퍼하지 말고 감사해보세요
어느 날 나는 아이와 산책을 하다 문득 멈췄다.
강아지가 꽃잎을 향해 앞발을 톡톡 치는 모습을 보고
예전 아이가 봄마다 벚꽃잎을 따라가던 장면이 떠올랐다.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그 장면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잠시 후 나는 웃을 수 있었다.
예전 아이의 기억이 아프지 않게 떠오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떠오르는 기억을
억지로 밀어내려 하지 않게 됐다.
그냥 바라보고, 웃고,
“그땐 참 따뜻했지”라고 마음속으로 한 마디 하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기억은 아픔이 아니라,
사랑의 흔적이니까.
지금 아이가 그런 기억을 깨워준 거라면
그 자체로도 참 고마운 일이다.
새 아이는 새로운 인연일 뿐 아니라
내 안에 남은 사랑의 온도를
다시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두 존재는 다른 생명, 하지만 한 마음 속에 공존할 수 있습니다
많은 보호자들이 말한다.
“예전 아이를 다 정리하지 못했는데,
새로운 아이를 맞이해서 혼란스럽다.”
하지만 정리는 반드시 끝나야 할 일이 아니다.
추억은 지울 수 없는 것이고,
지울 필요도 없다.
오히려 두 존재가 내 삶 속에서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마음을 재배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전 아이는 내 마음 안에 계속 살아 있고,
지금 아이는 그 삶을 계속 잇는 존재다.
처음엔 그것이 미안함이 되고,
죄책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된다.
이 기억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지금 나를 따뜻하게 만드는 한 부분이라는 것을.
지금 아이에게 집중하면서도
예전 아이를 사랑했던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그건 결코 모순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가장 건강하고 아름다운 애도이자 사랑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