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유골 보관 대신 기증할 수 있을까? – 유골 기증, 연구·기념 용도 실태와 2025년 가능성
유골을 어디에 둘 것인가, 그 후의 질문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뒤 보호자들은 장례식을 치르고, 화장을 하거나 매장을 선택한다.
그러나 장례 이후 유골을 어떻게 보관하고, 어디에 둘 것인지는 또 다른 고민으로 이어진다.
집에 둘까, 납골당에 모실까, 수목장을 할까, 일부는 자연에 뿌릴까.
이러한 선택지 외에도 최근 보호자들 사이에서 서서히 관심을 끌고 있는 방식이 있다.
바로 반려동물 유골을 '기증'하는 선택이다.
이는 보통 사람의 장례 문화에서는 장기 기증, 시신 기증처럼 익숙한 개념이지만,
반려동물의 경우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생명을 함께했던 존재를 ‘기억’하거나 ‘다른 생명을 위해 쓰이도록’ 보내는 이 방식은
감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이 글에서는 반려동물 유골을 기증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과 절차,
국내외 사례, 보호자가 느끼는 감정적 흐름까지 2025년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다룬다.
유골 기증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기증’이라고 하면 생체 장기, 시신 기증, 장학금 등 생명이나 재산을 타인에게 주는 것을 말한다.
반려동물 유골 기증은 다음의 두 방향으로 나뉜다.
- 연구 목적 기증
→ 수의과 대학, 연구기관에서 반려동물 유골의 조직학, 골격 연구, 진단 기술 개발에 활용 - 기념 목적 기증
→ 동물 추모관이나 동물 전용 공공 조형물, 공동 유골 안치 공간 등에 기념의 형태로 보관
즉, 유골 기증은 단순히 보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삶이 다른 생명에게 의미 있게 전해지도록 하는 선택'**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왜 보호자들이 유골 기증을 고민하기 시작했는가?
과거에는 유골은 '간직'하거나 '뿌리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보호자들의 의식에 변화가 생겼다.
- 유골함을 오래 보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
- 납골당·수목장 공간의 부족 및 비용 부담
- 아이의 죽음이 다른 생명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위로
- '죽음 이후의 역할'을 아이에게도 주고 싶다는 보호자의 정서
특히 단순 보관이 아닌, 의미를 남기고 싶다는 보호자들의 심리적 흐름이
기증이라는 선택지를 만들고 있다.
“그 아이가 사랑이 많은 아이였기에, 마지막까지 의미 있는 존재였으면 좋겠어요.”
“나 혼자 기억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남는다면 위로가 될 것 같아요.”
이처럼 기증은 단순한 처분 방식이 아니라, 사랑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사람 유골 기증과 어떤 점이 다를까?
사람의 유골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등으로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시신 기증, 장기 기증, 해부용 기증 등이 명확한 법적 절차를 따른다.
반면, 반려동물 유골은 현재까지도 법적으로 명시된 기증 제도가 없다.
즉, 기증이 허용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공식적으로 제도화되어 있지 않아 보호자 스스로 수의과 기관이나 관련 단체에 문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사람은 본인의 생전에 기증 의사를 밝힐 수 있지만,
반려동물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전적으로 보호자의 판단에 의존해야 하며,
이로 인한 심리적 부담도 동반된다.
“이 선택이 정말 아이에게 좋은 일일까?”
“내가 결정해도 되는 걸까?”
보호자는 ‘기증’이라는 선택지 앞에서 깊은 윤리적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국내에서 가능한 유골 기증 형태
2025년 기준으로 공식적인 ‘반려동물 유골 기증 제도’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기증이 이루어지는 루트는 몇 가지가 있다.
- 수의과대학 연구 목적 기증
일부 수의과대학에서는 유골을 조직 분석, 골격 구조 연구, 진단 장비 테스트 등에 사용한다.
특히 소동물 연구실에서는 특정 질병의 진행 후 골 손상 등을 유골로 확인하기도 한다. - 동물 추모관·공공기념시설 유골 안치
일부 지자체와 민간 동물보호단체는 반려동물 유골을 기념 조형물 또는 공동 납골 공간에 보관하며
‘모두의 반려동물’이라는 형태로 기억을 이어가고 있다. - 동물 테크놀로지 업체와의 협업
AI 반려동물, 디지털 클론 등을 연구하는 일부 기업은
유골의 생체 신호 흔적, 칼슘 농도, 무기물 성분 등을 분석해 디지털 아바타 보완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 아트 프로젝트 기증
작가들이 유골을 재료로 사용하거나, 추모 설치물에 일부 유골을 봉인하여
‘공동 기억의 상징’으로 삼는 프로젝트도 점차 늘고 있다.
즉, 아직 제도화되진 않았지만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유골 기증은 현실에서 실행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는 반려동물 유골 기증 문화가 비교적 활성화되어 있다.
- 일본: 일부 수의대 및 동물 연구기관에서 반려동물 유골을 수의학 교육 자료로 활용
- 미국: Companion Animal Memorial Program을 통해 유골 일부를 의학 교육 및 심리치료 연구에 사용
- 영국: 동물 보호단체와 박물관이 공동 운영하는 메모리얼 존에 유골 보관 가능
이들 국가는 법적 제도보다는 비영리 프로그램 형태로 기증을 유도하며,
기증 시에는 추모 인증서, 기록물, 이름 새기기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유골 일부만 기증하고, 나머지는 보관하는 방식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았다.
유골 기증을 고민하는 보호자의 심리
유골을 기증하는 보호자들이 겪는 감정은 복잡하다.
처음엔 가볍게 생각했다가, 막상 결정하려고 하면 눈물이 나기도 하고,
기증을 진행하면서도 마음 한켠이 아련해진다.
- “보내는 것도 그리운데, 다시는 만질 수 없다고 생각하니 괜찮을까 싶었어요.”
- “그 아이를 연구 대상으로 만드는 것 같아 처음엔 거부감이 있었어요.”
- “그래도 누군가에게 의미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위안 삼아요.”
유골을 기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간 부족’이나 ‘보관 어려움’이 아니라
보호자 본인의 감정 회복과 애도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증은 실용적인 행위가 아니라, **감정적 ‘작별의 또 다른 방식’**이기 때문이다.
기증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
- 화장 상태 확인
→ 유골은 반드시 100% 연소되어야 하며, 일부 기관은 화장 인증서 요구 - 보관 용기 상태 점검
→ 밀폐된 유골함에 보관되어 있어야 하며, 습기 노출 금지 - 기증 동의서 확인
→ 연구 목적 기증의 경우, 별도의 계약 및 동의서 필요 - 기증 후 유골 반환 여부
→ 대부분 반환되지 않으므로, 일부만 기증하거나 결정 전 충분히 고려 필요 - 기증 기관의 신뢰도
→ 비영리·공공기관 또는 신뢰할 수 있는 연구기관인지 확인 필수
기증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감정적으로도, 절차적으로도 신중하고 세심한 결정이 중요하다.
향후 제도화 가능성과 필요성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유골 기증에 대한 법적 제도화 필요성도 점차 제기되고 있다.
- 지자체 동물보호과 및 수의대 협약 통한 공공 유골 기증 프로그램 개발 필요
- 동물 추모공원 내 공동기증 안치공간 조성 시범사업
- 기증 보호자에 대한 추모 인증, 기록물 제공 제도 도입
- 동물보건 관련 데이터 구축에 유골 활용 가능성 검토
제도화가 진행되면 보호자는 불안 없이,
그리고 책임감 있게 이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2025년 현재, 일부 지자체와 수의과대학이
이러한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 중이며,
향후 2~3년 내에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유골 없이도 의미를 남기는 방법들
기증을 고려했지만 망설여지는 보호자라면
유골 없이도 기억을 남길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다.
- 디지털 추모관 등록: 사진, 영상, 메시지 남기기
- 기일마다 나무 심기: 기념 식수 프로그램
- 기념 소품 제작: 유골 없이도 이름, 생일 새긴 키링, 액자 등
- 공공 추모벽 이름 새기기: 지역 동물 추모 벽에 등록
기억은 형태가 아닌 의지와 사랑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