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장례

반려동물의 임종 순간을 영상으로 남겨도 될까? – 기록과 애도의 경계에 대한 윤리적 논의

raenews 2025. 7. 29. 12:22

카메라를 켤 것인가, 눈을 맞출 것인가

반려동물의 마지막 순간.
그토록 아꼈던 아이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손을 잡고 마지막 숨결을 느끼는 그 찰나에
어떤 보호자는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어떤 보호자는 두 눈으로 마지막 모습을 가슴에 담는다.

이 선택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한쪽은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을 남기고,
다른 한쪽은 기억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 기록을 거부한다.

더욱이 SNS와 영상 콘텐츠가 일상이 된 2025년,
“임종 장면을 남겨도 될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적 논의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 글은 그 고민을 던진다.
영상은 추억인가, 침해인가?
카메라를 든 보호자는 비난받아야 할까, 아니면 이해받아야 할까?

 

임종 순간을 영상으로 남겨도 될까? – 기록과 애도의 경계에 대한 윤리적 논의

실제로 많은 보호자들이 ‘찍을까 말까’ 고민한다

온라인 보호자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매달 수십 건의 게시물이 올라온다.

“안락사 직전 모습을 영상으로 남겼어요. 너무 보고 싶어서요.”
“죽음을 영상으로 담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저만의 기억으로 남겼어요.”
“촬영하고 싶었지만, 그 순간에 카메라를 꺼낼 수 없었어요.”
“지금도 그 영상 틀어놓고 울어요. 그땐 기록이 필요했거든요.”

반려동물 임종 장면을 촬영한 사람들 대부분은
상업적 목적이나 외부 공개가 아니라, 오직 ‘기억’과 ‘자기 위로’를 위해 기록했다.

하지만 다른 일부는 “추모라기보다 소비처럼 보인다”, “그건 동물에게 모욕”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왜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질까? – 보호자의 심리 구조

사람이 죽음을 마주할 때,
특히 예상했던 이별이라면,
기억의 단서를 남기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1. 상실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한 ‘의식’

카메라를 켜는 행위 자체가
이별을 실감하려는 심리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이걸 찍는 나는 이제 그 아이를 떠나보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2. 이별 후 기억 왜곡 방지를 위한 ‘기억 고정’

시간이 지나면 모든 기억은 흐려진다.
영상은 눈으로 본 기억보다 더 또렷하게 고정된 형태를 제공해준다.

3. 죄책감과 후회를 줄이기 위한 자기 보호

“최선을 다했다”, “함께 있었다”는 증거를 영상으로 남기면
이후 반복되는 죄책감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4. 언제든지 ‘다시 마주할 수 있는 기억’을 위해

영상은 슬플 때 꺼내볼 수 있고,
보고 싶을 때 가까이 둘 수 있다.
기억의 접근성을 높이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 , 왜?

어떤 사람들은 임종 장면 촬영에 대해 명확한 거부감을 표현한다.
그 감정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생명의 마지막을 ‘콘텐츠화’하는 듯한 느낌

죽음이 담긴 장면은 신성하고 조용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그 순간에 카메라가 개입하면 ‘소비되는 장면’처럼 보일 수 있음

2. 동물의 입장에서 동의 없는 촬영이라는 점

동물은 ‘촬영되는 것’을 알지 못한다.
따라서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기록하는 것이 **‘존엄성 침해’**로 해석될 수도 있다.

3. 자기 감정의 표현보다 ‘기록 행위’가 앞서는 점에 대한 반감

“마지막을 함께 하는 게 더 중요하지, 그걸 찍는 게 더 중요해?”라는 감정
→ 타인의 촬영 행위를 감정적 거리감으로 해석하는 경우

 

전문가의 시선 – 심리학, 윤리, 사회문화에서 본 ‘임종 영상’

심리상담사 관점

  • 임종 장면을 영상으로 남기려는 행동은
    슬픔을 통제하려는 심리 반응 중 하나
  • 감정이 완전히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기억이라는 프레임을 스스로 만드는 것

애도 전문가 관점

  • 기록이 애도를 돕기도, 방해하기도 한다
  • 반복적으로 임종 장면을 보며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
  • 장기적으로 볼 때, 기록보다 글쓰기나 대화가 회복에 더 유효

윤리학자 관점

  • 기록 자체는 죄가 아니나, 공개 여부가 핵심 기준
  • 타인의 동물이라면 기록은 부적절
  • SNS 업로드, 공유는 사전에 사회적 기준 설정이 필요함

 

SNS 공유는 다른 이야기 – ‘기억’과 ‘전시’ 사이의 경계

임종 장면 자체보다,
그 영상을 SNS에 공유하는 행위가 훨씬 논란의 소지가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죽음을 ‘공유’하는 행위는 보는 사람에게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음
  • 슬픔을 콘텐츠화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음
  • 공감보다 피로를 유발할 수 있음
  •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

그래서 많은 보호자들은
‘기록은 하되, 공개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따른다.
또한, 애도 전문가들 역시
SNS에 올리는 행위는 신중해야 하며, 필터링 기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기록'은 전혀 하지 않는 것이 나을까?

아니다.
기록은 때로,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그 아이가 떠난 날, 나는 무너졌어요.
그런데 그날 찍은 영상에서 제 손을 핥던 아이를 보며,
‘나는 끝까지 함께했구나’라고 안심할 수 있었어요.”
– 30대 보호자 후기

이처럼 영상은
감정을 정리하고, 기억을 되짚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단, 다음과 같은 전제가 있어야 한다.

  • 기록이 ‘내 감정을 위한 수단’인지, ‘남을 위한 수단’인지 명확히 해야 함
  • 기록을 반복적으로 시청하며 고통을 강화하는 경우에는 전문가 상담이 필요함
  • 기록을 통해 '다시 마주할 준비가 됐을 때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함

 

촬영을 고민하는 보호자에게 제안하는 5가지 질문

  1. 이 기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2. 내가 이 기록을 통해 얻고 싶은 감정은 무엇인가?
  3. 이 기록이 내 감정을 지지하는가, 되려 상처를 반복시키는가?
  4. 이 영상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예정인가? 그렇다면 왜?
  5.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 기록이 위로가 될 것이라 믿는가?

이 다섯 가지 질문을 통해
단순한 ‘찍을까, 말까’가 아니라
기억을 어떻게 남기고 싶은가에 대한 더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다.

 

 

결론 – 기록은 선택이지만, 감정은 책임이다

카메라를 켰든, 켜지 않았든
모든 보호자는 최선을 다했다.

기록은
그저 하나의 선택이고,
감정은
그 선택을 이어가는 책임이다.

그 아이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온전히 보호자의 몫이다.

그저 잊지 않겠다는 다짐만으로도,
그 기억은 따뜻하게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