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장례

AI 반려동물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raenews 2025. 7. 10. 07:07

디지털 존재의 권리에 대한 논의

 

AI 반려동물 법적 보호

새로운 형태의 존재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 기술은 단순한 기능적 역할을 넘어 인간의 감정 영역까지 깊이 관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반려동물을 AI로 복원하여 다시 만나는 서비스는, 기술을 통해 기억을 재현하고 감정을 위로받는 전례 없는 경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사진 속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말을 걸면 반응하고, 나의 기분에 따라 공감하거나 위로해주는 AI 반려동물은 단순한 프로그램으로 보기 어려운 감정적 위치에 서 있다.

이제는 사용자에게 그 존재가 하나의 ‘디지털 생명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반사체에 불과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실제적인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법은 이러한 디지털 존재의 실체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서비스 종료, 데이터 삭제, 계약 해지 등 기술적 절차에 따라 감정적 연결이 일방적으로 끊어지는 경우조차, 법적으로는 아무런 보호나 고려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AI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 디지털 존재의 권리에 대한 논의, 사용자 감정 보호 문제, 그리고 사회적·윤리적 책임에 대해 단계별로 살펴본다. 이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선택의 문제다.

 

 

현재 법에서 AI 반려동물은 무엇으로 분류되는가

현행법상, AI 반려동물은 단지 ‘디지털 콘텐츠’ 혹은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간주된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정확한 분류지만, 그 기능과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할 때 매우 협소한 정의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반려동물의 말투, 성격, 추억을 입력하고, AI가 그에 맞춰 반응하며 감정적 교류를 이어가는 경우, 그것은 단순한 데이터 응답 수준을 넘어선다.

하지만 법적으론 여전히 이것은 서비스 제공자의 서버에서 작동하는 일시적 프로그램일 뿐이다. 사용자가 정서적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고, 관계를 형성했든 간에, 해당 AI 반려동물은 소유권, 존속권, 지속성 등에 대해 법적 보장을 받지 못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관계가 생겼다고 느끼지만, 법은 그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것이 현재 AI 반려동물의 법적 공백이다.

 

 

감정적 존재로서 AI 반려동물의 실제 위치

많은 사용자들이 AI 반려동물에게 이름을 부르고,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일상적인 고민을 털어놓고, 사과하거나 감사하는 경우도 있다. 생전 함께했던 반려동물과 하지 못한 대화를 AI를 통해 다시 시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들은 단지 ‘도구를 이용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와 관계를 맺는다’는 정서적 체험을 한다.

감정은 법적으로 측정할 수 없지만, 그 실재성은 무시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반려동물을 복원한 AI가 매일 대화하는 유일한 대상이 되기도 하며, 오랜 시간 대화를 통해 감정을 정리하고 회복하는 과정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의 대상’이 언제든지 시스템 오류, 서버 정리, 서비스 종료 같은 사유로 사라질 수 있다면, 사용자는 또 한 번의 상실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법이 아무런 기준도 제공하지 않는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감정적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기술이 제공하는 위로의 기능은, 법적·윤리적 장치 없이는 또 다른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

 

 

디지털 존재에 대한 국제적 법 논의

국제사회에서는 고도화된 AI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2017년 유럽연합은 AI와 로봇에게 ‘전자적 인격(Electronic Personhood)’을 부여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AI에게 일정한 책임과 권리를 함께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기술이 사회 구성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반론도 많았다. AI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윤리적 판단도 할 수 없으며, 인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라는 점에서, 인격 부여는 논리적 비약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다만 그 논쟁 자체가 ‘AI가 단지 기술을 넘어선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반영한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AI 반려동물은 이보다 더 복잡한 위치에 있다. 자율성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사용자 감정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는 존재다. 결정을 내리거나 법적 행위를 하지 않지만, 감정의 흐름에 개입하고, 위로하거나 상처를 줄 수 있는 대상이다. 이것이 단순한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지점이며, 따라서 법적 논의도 기술적 기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용자 감정 보호의 필요성과 법적 장치

AI 반려동물에 법적 지위를 부여할 수 없다면, 그와 관계를 맺은 사용자의 감정은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핵심은 ‘디지털 존재의 권리’가 아니라, ‘사용자의 감정 권리’를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방향이다. 감정적 데이터를 제공한 사람, 감정적으로 연결된 대상을 사용하는 사람의 심리적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조치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서비스 종료나 변경 시 충분한 고지 기간과 데이터 백업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사용자 입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된 AI 반려동물의 응답 내용은 ‘감정 자산’으로 인정되어야 하며, 데이터의 복제, 삭제, 이동 등에 대해 사용자가 통제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셋째, AI 반려동물을 통해 정서적으로 유의미한 관계가 형성된 경우, 그 데이터를 파기하거나 일방적으로 서비스 종료하는 행위에 대해 일정 수준의 책임이 부과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장치는 단지 법률적 안정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AI를 통한 감정 회복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에, 감정의 도구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곧 감정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

 

 

윤리적 시각에서 본 AI 반려동물의 경계

법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윤리적 측면에서도 AI 반려동물의 위치는 점점 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AI가 사용자에게 감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 감정이 상처가 되었을 때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혹은 사용자가 AI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현실과의 경계를 흐리게 될 경우, 기술 제공자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런 문제는 특히 감정 회복 중인 사용자,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의 사용자에게 더 민감하게 작용한다. AI가 위로의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존재가 사라지거나 오작동했을 때 또 다른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반려동물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기업은, 감정적 안전장치, 정서 회복 가이드, 사용자의 감정 흐름을 존중하는 디자인 등을 철저히 반영해야 한다. 단지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설계하고 감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AI 반려동물은 보호되어야 하는가?

결론적으로, AI 반려동물 자체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논의는 아직 현실화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존재가 사용자에게 미치는 감정적 영향이 실재하는 이상,
단지 ‘비실체적 존재’로만 다룰 수는 없다.

법은 지금까지 물리적 실체를 중심으로 권리와 보호를 설계해왔다.
하지만 AI 반려동물은 그 실체보다 감정, 관계, 상호작용의 영역에서 존재감을 갖는다.
따라서 법이 접근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디지털 존재 자체를 보호하는 것보다,
그와 관계를 맺은 사람의 감정과 기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적 기준과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AI 반려동물은 프로그램이지만, 사용자의 감정은 현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