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장례

새 반려동물과 함께하면서 다시 떠오른 이전 아이의 기억들

raenews 2025. 7. 3. 06:54

같은 자리, 다른 존재. 그리고 겹쳐지는 기억

새로운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어느 순간 낯익은 장면 앞에서 마음이 멈추는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 사료를 담았던 그릇, 창가에 앉아 졸고 있는 모습,
산책 중 길가에 멈춰 귀를 기울이는 행동 하나하나가
문득 예전 아이의 기억을 불러온다.

나는 분명 새 생명을 맞이했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비교하고,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있다.
마치 두 시간이 한 자리에 겹쳐진 것처럼.
새로운 아이를 바라보다가,
이전 아이의 눈빛을 기억해내고 눈물이 차오르는 순간이 온다.

이것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감정이다.
그렇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새 반려동물이 불러오는 추억

 

그 아이와 이 아이는 다른 존재라는 걸 이해하는 연습

 

비슷한 행동을 볼 때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 아이를 떠올린다.
예전 아이도 이렇게 옆에 와서 앉곤 했지,
산책 나가면 꼭 저 길에서 멈추곤 했지.
이런 감정은 추억일까, 아니면 비교일까?

처음엔 헷갈린다.
이 감정이 지금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내가 자꾸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그러나 중요한 건 억지로 감정을 억누르거나,
과거를 지워버리는 게 아니라
‘구분’하는 것이다.
예전 아이는 나에게 소중했던 존재고,
지금 아이는 새로운 인연으로 시작된 또 다른 존재라는 걸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회복의 첫 걸음이 된다.

기억은 지워야 하는 게 아니라
자리만 바꿔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의 한 켠에 여전히 예전 아이가 살고 있다는 걸 인정하면
새로운 아이와의 관계에도
더 깊은 존중과 여유가 생긴다.

 

 

떠오르는 기억 앞에서 슬퍼하지 말고 감사해보세요

어느 날 나는 아이와 산책을 하다 문득 멈췄다.
강아지가 꽃잎을 향해 앞발을 톡톡 치는 모습을 보고
예전 아이가 봄마다 벚꽃잎을 따라가던 장면이 떠올랐다.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그 장면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잠시 후 나는 웃을 수 있었다.
예전 아이의 기억이 아프지 않게 떠오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떠오르는 기억을
억지로 밀어내려 하지 않게 됐다.
그냥 바라보고, 웃고,
“그땐 참 따뜻했지”라고 마음속으로 한 마디 하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기억은 아픔이 아니라,
사랑의 흔적이니까.
지금 아이가 그런 기억을 깨워준 거라면
그 자체로도 참 고마운 일이다.

새 아이는 새로운 인연일 뿐 아니라
내 안에 남은 사랑의 온도를
다시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두 존재는 다른 생명, 하지만 한 마음 속에 공존할 수 있습니다

많은 보호자들이 말한다.
“예전 아이를 다 정리하지 못했는데,
새로운 아이를 맞이해서 혼란스럽다.”

하지만 정리는 반드시 끝나야 할 일이 아니다.
추억은 지울 수 없는 것이고,
지울 필요도 없다.

오히려 두 존재가 내 삶 속에서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마음을 재배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전 아이는 내 마음 안에 계속 살아 있고,
지금 아이는 그 삶을 계속 잇는 존재다.

처음엔 그것이 미안함이 되고,
죄책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된다.
이 기억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지금 나를 따뜻하게 만드는 한 부분이라는 것을.

지금 아이에게 집중하면서도
예전 아이를 사랑했던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그건 결코 모순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가장 건강하고 아름다운 애도이자 사랑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