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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맞이한 계절, 너 없는 봄을 걷다

봄이 오기 전, 나는 두려웠다계절이 다시 돌아온다는 건 당연한 일인데,그 당연함이 이렇게 두려울 줄은 몰랐다.너 없는 봄을 맞이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한동안 믿지 못했고,마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봄은 늘 너의 계절이었다.따뜻해지는 공기 속에서 산책하던 너의 발걸음,햇살이 머리를 감싸면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듯 누웠던 모습,창밖을 바라보며 꼬리를 천천히 흔들던 너의 오후.그 모든 것이 봄의 일부였고,봄은 곧 너였다.그래서인지 봄이 온다는 예보는누구에게는 희망이었겠지만나에게는 슬픔이었다.내가 가장 사랑했던 계절이이제는 가장 아플 계절이 되어버릴까 봐,나는 봄을 기다리지 않았다. ‘너 없이’ 처음 맞는 계절이 시작되었다3월의 바람이 따뜻해졌고,길가에 매화가 피기 시작했다.도시의 나무들은 느릿하게 녹색으..

반려동물 장례 2025.07.06

그 아이가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놓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음악을 켜는 것이 이렇게 조심스러울 줄은 몰랐다그 아이가 떠난 이후, 음악을 듣지 않았다.TV도 껐고, 유튜브도 닫았다.침묵 속에 머무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마치 음악 한 곡만 흘러나와도 그 아이의 기억이 밀려와주체하지 못할 감정에 휩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 아이가 있던 날에는 음악이 배경이었다.아침에는 조용한 피아노곡,점심엔 창문을 열어두고 재즈 플레이리스트,밤에는 내 무릎에 누운 그 아이를 토닥이며 들었던 어쿠스틱 기타 소리.그 평범한 일상이, 이제는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음악을 다시 켜는 건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다.그건 내가 슬픔을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이겠다는 신호였고,무너졌던 감정의 결을 다시 펼쳐보겠다는 용기였다.그래서 그날,그 아이가 가장 좋아하던 곡을 아주 작게 틀었다.소리는 낮았..

반려동물 장례 2025.07.06

첫 혼자 여행, 기억이 머무는 곳으로 떠나다

익숙했던 공간이 두려운 공간이 되기까지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그 아이 없이 가는 여행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늘 함께하던 발걸음, 가방 안의 사료 봉지,그 아이가 낯선 곳에서 긴장하며 내 뒤를 따르던 모습까지.나에게 여행은 곧 ‘그 아이와의 시간’이었기 때문에그 아이가 없는 여행은,마치 무의미한 이동처럼 느껴졌다.펫로스를 겪은 보호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은‘함께했던 장소’를 다시 마주해야 할 때다.그 기억이 너무 선명하고, 너무 따뜻해서,그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죄책감과 슬픔이 동시에 몰려든다.나만이 남아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나는 몇 달간 그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다.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서도,그 어디든 그 아이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발길을 멈췄다.하지만 결..

반려동물 장례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