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기 전, 나는 두려웠다계절이 다시 돌아온다는 건 당연한 일인데,그 당연함이 이렇게 두려울 줄은 몰랐다.너 없는 봄을 맞이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한동안 믿지 못했고,마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봄은 늘 너의 계절이었다.따뜻해지는 공기 속에서 산책하던 너의 발걸음,햇살이 머리를 감싸면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듯 누웠던 모습,창밖을 바라보며 꼬리를 천천히 흔들던 너의 오후.그 모든 것이 봄의 일부였고,봄은 곧 너였다.그래서인지 봄이 온다는 예보는누구에게는 희망이었겠지만나에게는 슬픔이었다.내가 가장 사랑했던 계절이이제는 가장 아플 계절이 되어버릴까 봐,나는 봄을 기다리지 않았다. ‘너 없이’ 처음 맞는 계절이 시작되었다3월의 바람이 따뜻해졌고,길가에 매화가 피기 시작했다.도시의 나무들은 느릿하게 녹색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