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했던 공간이 두려운 공간이 되기까지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그 아이 없이 가는 여행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늘 함께하던 발걸음, 가방 안의 사료 봉지,그 아이가 낯선 곳에서 긴장하며 내 뒤를 따르던 모습까지.나에게 여행은 곧 ‘그 아이와의 시간’이었기 때문에그 아이가 없는 여행은,마치 무의미한 이동처럼 느껴졌다.펫로스를 겪은 보호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은‘함께했던 장소’를 다시 마주해야 할 때다.그 기억이 너무 선명하고, 너무 따뜻해서,그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죄책감과 슬픔이 동시에 몰려든다.나만이 남아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나는 몇 달간 그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다.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서도,그 어디든 그 아이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발길을 멈췄다.하지만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