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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혼자 여행, 기억이 머무는 곳으로 떠나다

익숙했던 공간이 두려운 공간이 되기까지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그 아이 없이 가는 여행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늘 함께하던 발걸음, 가방 안의 사료 봉지,그 아이가 낯선 곳에서 긴장하며 내 뒤를 따르던 모습까지.나에게 여행은 곧 ‘그 아이와의 시간’이었기 때문에그 아이가 없는 여행은,마치 무의미한 이동처럼 느껴졌다.펫로스를 겪은 보호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은‘함께했던 장소’를 다시 마주해야 할 때다.그 기억이 너무 선명하고, 너무 따뜻해서,그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죄책감과 슬픔이 동시에 몰려든다.나만이 남아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나는 몇 달간 그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다.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서도,그 어디든 그 아이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발길을 멈췄다.하지만 결..

반려동물 장례 2025.07.06

반려동물과 함께 했던 사진을 다시 꺼내며 – 첫 포토북 제작기

어느 날, 사진첩을 열어보다슬픔은 어떤 순간에 문득 얼굴을 드러낸다.정리도 없이 쌓여 있던 사진첩을 우연히 열어본 그날이 그랬다.의도한 건 아니었다.하지만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찍힌 사진이 스크롤 중간에 떠올랐을 때,나는 화면을 멈춘 채 한참을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사진 속 그 아이는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생기 넘치던 그 표정은, 내 기억 속에서도 흐릿해지고 있었던 그 모습이었다.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기억은 마음속에 담아둘 수 있지만,시간이 지나면 흐려질 수밖에 없다는 걸.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이 사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자고.그래서 포토북을 만들기로 했다.그 아이와 함께한 시간들을,내 손으로, 내 방식으로, 한 권의 책으로 묶어보자고. 사진을 고르며 마주한 그날들포토북 제작을 위한 첫 단계는 사진..

반려동물 장례 2025.07.05

작은 방에 남겨진 기억으로 작업 공간을 만들다

익숙한 공간이 낯설어진 이유방 하나가 비었다.그 아이가 떠난 후부터 그 방은 문이 닫힌 채로 남겨져 있었다.창문을 열면 바람이 들어왔지만, 나는 그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문을 열면 익숙한 냄새가 떠올랐고,작은 소리에도 그 아이가 달려오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언젠가는 정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막상 손을 댈 용기가 나지 않았다.내가 움직이는 순간, 그 아이의 흔적이 사라져버릴 것 같았고,방에 남은 모든 것들이 그 아이와 나 사이를 연결해주는 마지막 끈처럼 느껴졌다.그 방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었다.거기에는 함께했던 계절과, 나눈 시선과,밤마다 들려오던 숨소리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나는 그 공간을 볼 때마다, 마치 아직도 그 아이가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그래서..

반려동물 장례 2025.07.05

그 아이가 떠난 이후, 내가 나를 돌보는 방식

아침 7시, 밥그릇 앞에 앉지 않게 된 손아침이 오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사료를 푸는 일이었다.물그릇을 갈고, 밥을 담고, 간식을 덜어두며 그 아이의 하루를 준비하는 것으로 나의 하루도 시작되곤 했다.이제는 그 밥그릇이 비어 있다. 물도 마르지 않고, 간식은 줄 필요도 없다.무심히 지나치려 해도 손이 먼저 기억한다.습관처럼 부엌으로 향하다가 문득 멈춘다. 그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아침마다 새로이 체감한다.사료 봉지를 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아침은, 조용해서 더 아프다.그리고 나는 그 조용한 아침 속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해졌다.그 아이를 돌보던 손을, 이제는 나에게 다시 돌려야 하는 시점이었다. 무너진 루틴 속에서 내가 무너졌다한참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일어날 이유..

반려동물 장례 2025.07.05

산책길에 남은 발자국 – 혼자 걷는 아침을 받아들이기까지

아침마다 함께 걷던 그 길을, 나는 지금 혼자 걷고 있다. 익숙했던 코스, 반복되던 리드줄의 텐션, 발끝에 감기던 풀 내음까지 모든 것이 똑같은데 단 하나, 네가 없다. 나는 여전히 같은 길을 걷지만, 이 길은 더 이상 예전의 산책길이 아니다. 펫로스라는 이름을 알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공허함이 온몸을 감싼다. 아침이 오는 게 두려웠고, 문고리를 잡는 손끝이 떨렸다. 하지만 그 길을 다시 걷기로 결심한 건, 네가 나에게 남겨준 시간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이 글은 반려동물이 떠난 후, 혼자 걷는 산책길에서 보호자가 겪는 감정의 변화를 진솔하게 기록한 이야기다. 함께했던 시간, 비워진 일상, 그리고 다시 한 발 내딛기까지의 서사 속에서 나와 같은 보호자들이 위로를 얻기를 바란다. 매일 반복되던..

반려동물 장례 2025.07.04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겪으며 내가 배운 5가지

사랑은 끝나지 않는 감정이라는 사실반려동물이 떠난 후, 가장 먼저 찾아오는 감정은 상실감이다.눈앞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방금까지 살아 있었던 아이가 이제는 없다는 현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사랑은 물리적인 존재가 사라져도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매일 같이 부르던 이름, 매일 바라보던 눈빛은 사라졌지만그 사랑은 여전히 마음속에서 살아 숨쉰다.이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만질 수 없어도, 함께할 수 없어도그 존재는 내 감정 안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슬픔을 억누를 필요는 없다는 것반려동물이 떠난 후, 주변에서는 다양한 말들을 던진다.“이제 그만 잊어야지”, “동물이잖아”, “너무 오래 슬퍼하지 마”이런 말들은 때로 보호..

반려동물 장례 2025.07.04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사진, 남겨야 할까 지워야 할까?

마지막 사진을 바라보는 복잡한 감정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많은 보호자들은 휴대폰 속 사진첩을 열었다가 금세 닫는다.그 중에서도 특히 마지막 날의 사진, 마지막 안고 있던 모습, 마지막으로 잠든 모습을 찍은 사진은 더욱 무겁다.이 사진을 남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지우는 것이 더 예의에 맞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어떤 사람은 사진을 지우지 못해 괴로워하고,어떤 사람은 지운 후에 또다시 후회한다.사진은 기억을 붙잡아두는 역할을 한다.그만큼 사진이 주는 감정의 파장은 크다.남길 것인가, 지울 것인가 하는 선택은 단순한 정리의 문제가 아니라감정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사진을 남기는 것이 괜찮은 이유사진을 남기는 것이 결코 집착이나 미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그 사진..

반려동물 장례 2025.07.04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반려동물 추모 의식,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별은 가족 모두에게 찾아오는 감정반려동물은 단지 한 사람의 반려자가 아니다.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함께해온 만큼, 떠나는 순간의 충격도 가족 전체에게 영향을 미친다.하지만 현실에서는 보호자 한 사람이 모든 감정을 감당하는 경우가 많고,다른 가족들은 슬픔을 표현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일이 잦다.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아이들은 상실의 개념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죽음이 혼란스럽고 두려울 수 있다.이때 아이가 감정을 숨기거나, 혼자 해석하게 만들면 상처는 더 깊어진다.따라서 반려동물의 죽음을 가족 전체가 인식하고, 함께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이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가족 추모 의식’이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추모 방식 반려동물 장례는 화장장이나 ..

반려동물 장례 2025.07.03

반려동물의 유골을 바다에 뿌려도 될까?(자연장 법적 기준과 실제 사례)

바다에 보내고 싶은 보호자의 마음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보호자에게 깊은 상실감을 남긴다.그 상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최근에는 납골당이나 유골함 보관 외에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자연장’을 선택하는 보호자들이 늘고 있다.특히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해양 자연장은 떠난 존재를 넓은 품으로 보내주는 듯한 상징적인 의미로 관심을 받고 있다.그러나 이 방식이 정말 허용되는 것인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감성적인 장례를 희망하더라도 법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법이 될 수 있다. 자연장 중 해양 장례는 가능할까?자연장은 반려동물의 유골을 다시 자연으로 되돌리는 방식이다.수목장처럼 나무 아래에 묻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해양 자연장’은 ..

반려동물 장례 2025.07.03

새 반려동물과 함께하면서 다시 떠오른 이전 아이의 기억들

같은 자리, 다른 존재. 그리고 겹쳐지는 기억새로운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어느 순간 낯익은 장면 앞에서 마음이 멈추는 경험을 하게 된다.처음 사료를 담았던 그릇, 창가에 앉아 졸고 있는 모습,산책 중 길가에 멈춰 귀를 기울이는 행동 하나하나가문득 예전 아이의 기억을 불러온다.나는 분명 새 생명을 맞이했지만,어느새 나도 모르게 비교하고,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있다.마치 두 시간이 한 자리에 겹쳐진 것처럼.새로운 아이를 바라보다가,이전 아이의 눈빛을 기억해내고 눈물이 차오르는 순간이 온다.이것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감정이다.그렇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 아이와 이 아이는 다른 존재라는 걸 이해하는 연습 비슷한 행동을 볼 때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 ..

반려동물 장례 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