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장례

펫로스 이후 남겨진 반려동물의 심리 변화 – 함께 슬퍼하는 가족

raenews 2025. 7. 8. 08:56

1. 사라진 존재가 남긴 침묵의 무게

하나의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에도 집안에는 여전히 숨소리와 발소리가 남아 있는 듯한 착각이 따라온다. 그러나 그 속에서 진짜 남겨진 존재는 따로 있다. 바로 ‘함께했던 다른 반려동물’이다.
두 마리 이상을 함께 키우던 가정에서는 사망한 반려동물보다 남은 아이의 변화가 더 뼈아프게 느껴진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평소 장난기 많던 강아지가 조용히 구석에만 있고, 고양이가 형제 고양이의 자리를 밤마다 맴돈다. 이 모습은 단순한 행동의 변화가 아니라, 진짜 상실의 감정이 동물에게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반려동물 사망 후 남겨진 반려동물의 심리

2. 반려동물도 ‘죽음’을 이해할까?

“동물은 죽음을 모른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인간처럼 개념화된 죽음을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지속되던 존재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은 명확히 감지한다.
개와 고양이 모두 무리 생활을 기반으로 진화해온 동물이다. 동반자가 사라지는 상황은 곧 자신의 사회적 안정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며, 그 충격은 정서적 불안, 공허감, 행동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반려동물행동학회(AVSAB)에 따르면, 반려견 중 65% 이상이 동반견 사망 후 1~3주간 식욕 저하나 무기력 상태를 보이며, 고양이도 배변장소 변경, 울음 증가, 보호자 회피 같은 스트레스 반응을 겪는다고 한다. 이는 ‘애도’에 가까운 정서 반응이다.

 

 

3. 보호자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징후들

남겨진 반려동물의 감정 변화는 보호자보다 더 조용하고 서서히 드러난다. 특히 슬픔을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는 고양이의 경우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 식욕 부진 또는 폭식: 슬픔의 반응으로 식사를 거부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먹는 경우도 있다.
  • 잠자리 변화: 함께 자던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이전에 안 가던 구석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 수면 습관이 바뀐다.
  • 놀이 거부: 좋아하던 장난감에 흥미를 잃고, 보호자와의 교감조차 피하기도 한다.
  • 지속적인 울음: 특히 고양이의 경우, 특정 시간대나 특정 장소에서 울음을 반복하는 행동은 슬픔의 표현일 수 있다.
  • 배변 실수 증가: 고양이가 모래를 파지 않거나, 강아지가 실내에서 배변을 하는 것도 신호 중 하나다.
  • 공간 집착: 떠난 반려동물이 자주 앉던 자리에 머무르거나, 그 냄새가 남아 있는 물건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 반드시 수의사나 반려동물 행동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조기 개입이 중요한 이유는, 슬픔이 습관화된 무기력으로 굳어지기 전에 정서적 자극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4. 보호자의 감정도 영향을 미친다

보호자의 슬픔은 단지 사람 사이의 감정일까? 그렇지 않다. 반려동물은 보호자의 표정, 목소리, 움직임의 속도 등 비언어적 신호를 감지해 그 분위기를 본능적으로 흡수한다.

보호자가 무너진 감정으로 일상을 포기하면, 남겨진 동물도 함께 무너진다. 반대로 보호자가 슬픔 속에서도 일상 루틴을 유지하며 교감을 지속하면, 반려동물은 조금 더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즉, 슬픔을 숨기기보다는 공유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보호자 역시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남겨진 반려동물과 함께 그리움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함께했던 사진을 보여주며 조용히 말을 건네거나, 짧은 추모 의식을 치르며 함께 앉아있는 것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5. 사망한 반려동물을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될까?

“남은 아이에게 죽은 형제를 보여줘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실제로 보호자들이 자주 던지는 고민이다.
수의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지만,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견해가 많다.

보여준다고 해서 완전한 이해를 하진 않지만, 그 존재가 사라졌다는 감각은 인지할 수 있다.
냄새를 맡고,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이제는 함께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는 것이다. 단, 이 과정은 억지로 강요하지 말고, 짧고 조용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6. 실질적인 회복을 위한 환경 변화 팁

이별 후의 환경 정리는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심리적 전환의 과정이다. 다음과 같은 방법은 정서 회복에 도움이 된다.

  • 자주 쓰던 물건은 바로 치우지 말고, 천천히 제거
  • 산책 루트나 놀이 시간 변경을 통해 새로운 자극 제공
  • 중성적이고 고요한 음악으로 안정된 분위기 유도
  • 보호자와의 교감을 의도적으로 늘리기 (자주 말 걸기, 함께 있는 시간 늘리기)
  • 페로몬 스프레이 등 안정 효과 있는 제품 사용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존의 모든 루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서히 변화의 리듬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는 오히려 불안감을 키울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7. 반려동물 간 애도는 가족 간 애도와 닮았다

두 마리 이상을 가족처럼 키우던 가정에서, 동물 간 관계는 보호자보다도 더 긴밀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경우라면 그 유대감은 단순한 친밀함이 아니라 생존의 기반이었다.
이별은 곧 자기 존재의 일부가 사라진 감각을 남긴다.

그래서 우리는 ‘반려동물도 슬퍼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애도할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사랑했던 존재가 떠났을 때,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도, 회복을 위한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