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 사라진 순간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날 이후,나는 배가 고프다는 감각조차 느낄 수 없었다.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시간은 흘렀지만,식탁에 앉을 이유가 사라졌다는 느낌만이 짙게 남았다.냉장고 속 음식은 점점 상해갔고,싱크대에는 그 아이의 물그릇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그릇 하나를 치우는 데도 며칠이 걸렸다.치운다는 것은, 정말로 '떠났음'을 받아들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누군가는 슬픔을 '감정'이라 말하지만,내게 그것은 하나의 ‘신체 증상’이었다.숨이 가빠지고, 입맛이 사라지고,음식이 목에 걸리는 듯한 답답함이 이어졌다.이별은 마음만 아픈 것이 아니었다.몸 전체가 상처 입은 것처럼 느껴졌고,특히 '먹는다'는 행위는너무나 인간적인,그러나 그 시기에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잔인한 일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