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장례

반려동물과 함께 했던 사진을 다시 꺼내며 – 첫 포토북 제작기

raenews 2025. 7. 5. 21:59

어느 날, 사진첩을 열어보다

슬픔은 어떤 순간에 문득 얼굴을 드러낸다.
정리도 없이 쌓여 있던 사진첩을 우연히 열어본 그날이 그랬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찍힌 사진이 스크롤 중간에 떠올랐을 때,
나는 화면을 멈춘 채 한참을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사진 속 그 아이는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생기 넘치던 그 표정은, 내 기억 속에서도 흐릿해지고 있었던 그 모습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기억은 마음속에 담아둘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려질 수밖에 없다는 걸.

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
이 사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자고.
그래서 포토북을 만들기로 했다.
그 아이와 함께한 시간들을,
내 손으로, 내 방식으로, 한 권의 책으로 묶어보자고.

 

반려동물 포토북 제작기

사진을 고르며 마주한 그날들

포토북 제작을 위한 첫 단계는 사진을 고르는 일이었다.
쉽지 않았다.
하나하나 사진을 넘길 때마다 그 시절의 공기, 그 순간의 소리,
그리고 나의 표정까지 함께 떠올랐다.

너무 많이 울었다.
특히 마지막 생일 날,
강아지 케이크 앞에서 머쓱하게 앉아 있던 너의 사진을 고를 땐
한 장을 선택하는 데만도 몇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사진을 고르다 보니
슬픔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웃는 사진도 많았고,
함께 놀던 사진도 있었고,
산책 중 찍힌 흔들린 사진들 속에서도
너와 내가 함께 ‘살아 있었던 시간’이 느껴졌다.

결국 나는 웃으면서, 또 울면서,
서툰 손으로 하나하나 ‘그 아이와의 계절’을 골라냈다.
그 순간의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차분히 받아들이면서 사진을 모았다.

 

 

첫 장엔 ‘함께한 시간들’이라는 제목을 넣었다

포토북의 첫 장은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의 이름만 넣기엔 너무 간단했고,
그리움이라는 단어는 너무 무거웠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이렇게 썼다.
‘함께한 시간들’
단순한 말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쌓아온 계절,
눈빛, 발자국, 잠든 모습까지 다 담겨 있는 듯했다.

글자를 넣고 나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사진을 넘겨보는 행위가 단순한 추억 되짚기가 아니라,
내 삶의 일부를 다시 꺼내서 다듬는 작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포토북은 추억을 정리하는 도구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의 감정을 회복하는 도구’가 되어주고 있었다.

 

 

포토북 제작 과정은 감정의 재정리였다

처음엔 단순히 업체에 사진을 넣고 순서만 정리하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작업을 시작하자
페이지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고 싶어졌다.

어떤 날은
"산책 가자"라는 너의 눈빛만 담긴 사진 한 장을
가득하게 한 페이지에 꽉 채우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두세 장의 사진 사이에 짧은 문장을 써넣기도 했다.

“이날, 너는 비 오는 날에도 신나게 뛰었다.”
“이때, 나는 네가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라는 걸 느꼈다.”

한 장의 사진에 문장을 붙이는 일은
감정을 꺼내어 말로 바꾸는 일이었고,
말이 되어 나오는 감정은
언제나 나를 조금씩 치유해주었다.

 

 

제작하면서 느낀 ‘물성의 위로’

사진은 늘 휴대폰에 있었다.
수천 장의 사진이 저장되어 있었지만
그중 어떤 것도 ‘손에 잡히는’ 존재는 아니었다.

포토북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추억에 물성을 더한다’는 게 어떤 위로가 되는지 알게 되었다.

마우스로 위치를 조절하고,
폰트를 고르고,
배경 색을 고르며
나는 단순히 예쁜 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아이와 나의 관계를 종이 위에 정리하고 있었다.

책처럼 넘길 수 있고,
손끝으로 만질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긴다는 건
생각보다 큰 의미였다.

그건 ‘그 아이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지금의 나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반려동물과의 시간을 기록하는 가장 따뜻한 방법

반려동물과의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아무리 많은 사진을 찍어도,
그때의 공기와 온도, 냄새, 감정까지는 남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들을 포토북이라는 형식으로 묶어내는 과정은
사라지지 않는 감정을 다시 정리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작업은 오롯이 ‘사랑의 방식’이다.

나는 포토북 속의 너를 바라보며,
이제는 울지 않고 웃을 수 있다.
네가 나와 함께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았고,
내 손 안에서 언제든 펼쳐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책장에 그 아이가 있다

완성된 포토북은 예상보다 훨씬 따뜻했다.
두툼한 종이 질감, 부드러운 인쇄,
그 안에 담긴 너의 표정들.

나는 그 책을 한동안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가
이제는 책장 맨 위, 가장 손이 잘 닿는 곳에 올려두었다.

어떤 날은 꺼내서 천천히 넘긴다.
어떤 날은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그 책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안정된다.

이제 그 아이는 추억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책 한 권의 형태로 내 삶 속에 머물러 있다.

 

 

나의 포토북 제작 팁 (실용 정보 요소)

이런 글을 읽고 직접 포토북을 만들어보고 싶은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제작하면서 느꼈던 팁을 몇 가지 덧붙인다.

  • 사진 선택은 너무 완벽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
    흐릿한 사진, 흔들린 사진도 그 시절의 감정을 담고 있으면 훌륭한 페이지가 된다.
  • 페이지별로 주제를 잡는 것이 좋다
    예: ‘산책’, ‘생일’, ‘잠자는 모습’, ‘함께한 계절’ 등
  • 자막/짧은 문장 한 줄이 큰 울림이 된다
    단 한 문장이라도 그 시절의 감정을 기록할 수 있다.
  • A5 사이즈 포토북이 가장 보관과 휴대에 좋다
    너무 크면 꺼내기가 어렵고, 너무 작으면 디테일이 살지 않는다.
  • 종이 질감은 무광을 추천
    손자국이 덜 남고,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스냅스’라는 국내 포토북 업체를 이용했지만,
다른 플랫폼들도 충분히 친절하고 다양하다.
중요한 건 플랫폼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너와 나의 시간이니까.

 

 

사진을 다시 꺼낸다는 것의 의미

포토북을 만들며 가장 크게 느낀 건,
사진을 다시 꺼내보는 일은
단순히 추억에 빠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건 기억을 다시 만지고,
감정을 다시 정리하고,
나의 현재를 치유하는 방법이었다.

그 아이를 잊기 위해 사진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를 내 안에 단단히 담기 위해
사진이라는 도구를 빌린 것이다.

이제 나는 사진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진은 내가 가장 사랑했던 존재와
함께했던 ‘삶의 기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