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켜는 것이 이렇게 조심스러울 줄은 몰랐다
그 아이가 떠난 이후, 음악을 듣지 않았다.
TV도 껐고, 유튜브도 닫았다.
침묵 속에 머무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마치 음악 한 곡만 흘러나와도 그 아이의 기억이 밀려와
주체하지 못할 감정에 휩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아이가 있던 날에는 음악이 배경이었다.
아침에는 조용한 피아노곡,
점심엔 창문을 열어두고 재즈 플레이리스트,
밤에는 내 무릎에 누운 그 아이를 토닥이며 들었던 어쿠스틱 기타 소리.
그 평범한 일상이, 이제는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음악을 다시 켜는 건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건 내가 슬픔을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이겠다는 신호였고,
무너졌던 감정의 결을 다시 펼쳐보겠다는 용기였다.
그래서 그날,
그 아이가 가장 좋아하던 곡을 아주 작게 틀었다.
소리는 낮았고, 나는 조심스럽게 숨을 쉬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아이가 좋아하던 음악, 나의 일상에 남겨진 리듬
그 아이가 좋아하던 음악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음악이 나올 때마다
그 아이는 귀를 세우거나, 고개를 살짝 기울이곤 했다.
한 곡의 시작과 함께 방의 공기가 바뀌었고,
그 아이의 눈빛도 달라졌던 걸 나는 기억한다.
그 곡은 유명한 피아노 솔로였다.
단순한 멜로디지만 따뜻하고,
한 음 한 음이 포근하게 공간을 감쌌다.
나는 그 곡을 일부러 자주 틀었고,
그 아이는 그 멜로디에 기대어 잠들곤 했다.
이제 그 곡은 더 이상 같은 의미로 들리지 않았다.
처음 다시 들었을 때,
나는 끝까지 듣지 못하고 꺼버렸다.
너무 가까웠고,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복해서 들었다.
서서히 익숙해지도록.
그리고 어느 날, 그 곡을 들으며 울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알았다.
이 음악은 ‘그리움’이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이 되었음을.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손을 움직이고 싶었다.
그냥 가만히 듣기에는 감정이 너무 크게 부풀었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펜을 들었다.
처음엔 아무 말도 되지 않았다.
그냥 단어를 적었다.
‘너’, ‘기억’, ‘이불’, ‘마루’, ‘잠든 얼굴’
단편적인 단어들이 종이에 쌓여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문장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은 네가 없다는 사실로 다시 시작됐다.”
“음악을 들으니, 네가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짧은 문장들이 감정을 정리해주었다.
그때 깨달았다.
음악은 감정을 불러오고, 글쓰기는 감정을 정돈해준다.
이 두 가지를 함께하자
나는 조금씩 안정되었고,
내 안에 엉켜 있던 말들이 흐르기 시작했다.
펫로스 치유에서 ‘음악’과 ‘글쓰기’가 가지는 힘
펫로스는 단지 슬픔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경험이다.
그 아이가 있던 시간은 우리의 루틴이고 구조였기 때문에,
그 부재는 곧 ‘일상의 붕괴’로 이어진다.
이때 ‘음악’은 망가진 리듬을 되찾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일정한 템포의 반복적인 멜로디는
불안정한 심박수와 불면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잃은 보호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활동 중 하나가
✅ 감정을 외부화할 수 있는 루틴 만들기
✅ 감정 표현을 위한 글쓰기 훈련이다.
글쓰기는 감정을 객관화하고,
생각을 문장으로 정리하면서 내면을 안정시킨다.
그리고 음악은 그런 글쓰기의 배경이 된다.
불안정했던 감정의 파동이
한 곡의 멜로디 안에서 차분하게 가라앉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는 이 두 가지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나를 회복했다.
글이 쌓이고, 음악이 익숙해지면서
내 감정도 다시 구조를 가지기 시작했다.
짧은 한 줄이 하루를 지탱해주던 시간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습관은
어느새 내 일상이 되었다.
하루에 10분, 혹은 15분이라도
조용히 음악을 틀고
그 아이에게 말을 걸듯 글을 썼다.
처음엔 감정이 터졌지만
점점 짧은 문장이 하나의 메시지가 되었고,
그 메시지는 내 하루를 지탱해주는 기둥이 되었다.
“오늘은 네 생각이 많이 나지만, 괜찮았어.”
“어제보다 덜 울었어.”
“너와 함께했던 계절이 또 돌아왔어.”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어.”
이런 짧은 문장은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기이자
그 아이에게 보내는 작은 편지였다.
글을 쓰면서 나는 슬픔을 부정하지 않았고,
그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었다.
음악은 흐르고, 나는 살아간다
시간이 흘렀고,
이제 나는 음악을 켤 때 겁내지 않는다.
그 아이가 좋아하던 곡도,
그때 자주 듣던 앨범도
이제는 조심스럽게 나의 배경이 되었다.
여전히 그리움은 남아 있다.
어떤 날은 갑자기 울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음악이 흐를 때마다,
나는 그 아이의 기억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되어준다는 걸 느낀다.
그 아이는 내 삶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 아이는
내 글의 한 줄 한 줄 속에서,
내 음악 플레이리스트 사이에서,
조용히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보호자에게 추천하는 감정 기록 루틴
펫로스를 겪는 보호자들에게
음악과 글쓰기는 안전하고 강력한 회복 도구가 될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이 방법으로 감정을 복구해왔다.
다음은 내가 실제로 사용했던 루틴이다.
- 하루에 한 곡만 정해두고 반복 재생
익숙한 멜로디는 감정을 조절해주는 안전한 배경이 된다. - 글쓰기 시간은 10~15분이면 충분하다
무리하지 말고 짧은 한 줄이라도 적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 형식보다 진심이 우선이다
일기, 편지, 단어 나열 등 어떤 형식이든 괜찮다. - 반복 단어나 감정 패턴이 보이면 기록해두기
이게 감정 치유의 구조가 될 수 있다. - 글을 쓰는 동안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울어도 되고, 멈춰도 된다. 중요한 건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이 루틴은 단순해 보이지만,
잃어버린 감정의 질서를 회복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지금도 나는 그 아이에게 말을 건다
오늘도 나는 음악을 틀었다.
그 아이가 좋아하던 멜로디였다.
바깥은 흐렸고, 커피는 식어갔지만
나는 조용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글이 완성되었을 때, 나는 미소를 지었다.
너와 함께했던 시간이
이 글 안에 담겼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너를 그리워하고,
너에게 말을 걸고,
너와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또 다른 보호자에게
나의 이 하루가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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