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5 3

반려동물과 함께 했던 사진을 다시 꺼내며 – 첫 포토북 제작기

어느 날, 사진첩을 열어보다슬픔은 어떤 순간에 문득 얼굴을 드러낸다.정리도 없이 쌓여 있던 사진첩을 우연히 열어본 그날이 그랬다.의도한 건 아니었다.하지만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찍힌 사진이 스크롤 중간에 떠올랐을 때,나는 화면을 멈춘 채 한참을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사진 속 그 아이는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생기 넘치던 그 표정은, 내 기억 속에서도 흐릿해지고 있었던 그 모습이었다.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기억은 마음속에 담아둘 수 있지만,시간이 지나면 흐려질 수밖에 없다는 걸.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이 사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자고.그래서 포토북을 만들기로 했다.그 아이와 함께한 시간들을,내 손으로, 내 방식으로, 한 권의 책으로 묶어보자고. 사진을 고르며 마주한 그날들포토북 제작을 위한 첫 단계는 사진..

작은 방에 남겨진 기억으로 작업 공간을 만들다

익숙한 공간이 낯설어진 이유방 하나가 비었다.그 아이가 떠난 후부터 그 방은 문이 닫힌 채로 남겨져 있었다.창문을 열면 바람이 들어왔지만, 나는 그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문을 열면 익숙한 냄새가 떠올랐고,작은 소리에도 그 아이가 달려오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언젠가는 정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막상 손을 댈 용기가 나지 않았다.내가 움직이는 순간, 그 아이의 흔적이 사라져버릴 것 같았고,방에 남은 모든 것들이 그 아이와 나 사이를 연결해주는 마지막 끈처럼 느껴졌다.그 방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었다.거기에는 함께했던 계절과, 나눈 시선과,밤마다 들려오던 숨소리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나는 그 공간을 볼 때마다, 마치 아직도 그 아이가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그래서..

그 아이가 떠난 이후, 내가 나를 돌보는 방식

아침 7시, 밥그릇 앞에 앉지 않게 된 손아침이 오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사료를 푸는 일이었다.물그릇을 갈고, 밥을 담고, 간식을 덜어두며 그 아이의 하루를 준비하는 것으로 나의 하루도 시작되곤 했다.이제는 그 밥그릇이 비어 있다. 물도 마르지 않고, 간식은 줄 필요도 없다.무심히 지나치려 해도 손이 먼저 기억한다.습관처럼 부엌으로 향하다가 문득 멈춘다. 그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아침마다 새로이 체감한다.사료 봉지를 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아침은, 조용해서 더 아프다.그리고 나는 그 조용한 아침 속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해졌다.그 아이를 돌보던 손을, 이제는 나에게 다시 돌려야 하는 시점이었다. 무너진 루틴 속에서 내가 무너졌다한참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일어날 이유..